이번 달에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판이 스팀과 스위치로 출시되었습니다. 무려 20년 전 작품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명작 게임 중 하나입니다. 적당한 난이도와 예쁜 일러스트, 그리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러스트와 월드맵의 해상도가 더 커졌고, 몇몇 파고들기 요소 시스템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황금항로, 고대의 지도 등)
대항해시대4에는 총 7개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티알과 라파엘입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스토리도 제 취향이고,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거든요. ㅎㅎ
제가 얼마 전에 대항해시대4 2001년판으로 라파엘을 클리어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위치판에서 티알로 플레이했습니다.
이번 리뷰에는 저희 감상평을 여과없이 쓸 예정이므로,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티알의 첫 시작은 정말 혹독합니다.
에스칸테군의 엘리트로 꼽히는 티알은 단돈 50000닢과 조각배 하나를 들고, 무려 ‘말도나도’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말도나도는 이 때 쿠바와 자메이카를 장악한 강력한 해적 집단입니다.
네,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포르토벨로를 근거지에 두고, 천천히 아메리카의 상권을 장악해나가야 합니다.

리메이크판이 2001년판에 비해 더 좋아진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업그레이드된 텍스처와 일러스트
- (스위치판의 경우) 게임패드를 최대한 활용한 버튼 배치
- 파고들기 요소 (특히 황금항로)
바닷물, 풀밭의 색깔이 매우 맑아졌고, 일러스트의 해상도도 요즘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물론,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리마스터”입니다. 리메이크였으면 정말 좋았겠지요. 일러스트를 중간중간에 더 늘려준다던지 등등…
버튼 배치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와 같이 탐색 버튼을 따로 넣어준다던가, 교역소에서 일괄 매각 버튼, 총독부에서 일괄 투자 버튼을 넣어준다던가. 물론 구조적으로 UI를 손을 더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황금항로라는 신규 파고들기 요소도 재미있었습니다. 숨겨진 알짜 교역로를 발견함으로써, 갤리온과 전열함으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주었지요.
그 외에 고대의 지도라는 파고들기 요소도 있는데, 이건 귀찮을 것 같아서 아예 안 했습니다.

포르토벨로에 상업투자를 꾸준히 하면 “구아노”라는 특산물이 나오는데요. 이걸 건너편에있는 자메이카에만 팔아도 이렇게 큰 돈이 됩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도 보시다시피, 타 문화권이고 유행까지 겹치게 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게 되죠. 저는 이 황금항로 덕분에, 초반에 빠른 갤리온-전열함 테크트리를 타게 되었습니다. 돈이 정말 금방 벌립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유독 유행이 잘 터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대항해시대4를 하던 짬밥이 있어서인지, 카리브 해 상권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그 후, 아프리카와 북해를 장악하고 다시 카리브 해로 돌아옵니다.

나중에 공략을 보고 알았는데, 티알 스토리에서는 발트해에 있는 톨빈을 산하 함대로 만들 수 있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갤리온을 다섯 번이나 격침당하며, 어렵게 톨빈을 해산시킵니다.
네, 북해에서 슈파이어와 톨빈은 해산시켜야 제맛이죠. 그런데 제가 톨빈을 급하게 해산시켜서인지 아메리카에서 해적으로 나오네요. 사뿐하게 밟아줍니다.

성공해서 다시 카리브 해로 돌아오니, 말도나도가 우리 쿤티와이러스를 의식하기 시작하는군요.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참습니다. 어차피 말도나도를 해산시키면 아메리카의 모든 점유율을 에스칸테에게 뺏긴다는 걸, 대항해시대4 고인물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판이 크게 좋아진 건 없지만, 그래도 스위치로 누워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