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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treaming

얼마 전에 도쿄에서 사온 아이팟을 고쳤다.

옛날부터 갖고싶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흐름에 맡긴 채 살다보니 안타깝게도 단종해버린 제품이다. 이 녀석을 도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배터리가 부풀어오르고 앞면에 흠집이 가득했다. 2.5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집어와서, 거금을 들여 배터리, 앞면 외장과 액정을 바꿨다. 거의 새 기기를 만드는 수준의 수리였다. 수리하고 나서는 너무 사랑스러운 녀석이 되었다.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더 편리한 녀석이 있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지다보면 자신을 잃고 흐름(streaming)에 떠내려가게 되더라. 흐름에 익숙한 사람이 되지 말자.

저 아이팟에 음악을 넣기 위해, 얼마 전 책장 한켠에 있던 음반들을 왕창 꺼내서 리핑하는 대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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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에 대한 첫 인상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립니다.

요즘 그렇게 잘 나간다는 게임 원신이 뭔지 궁금해서 한번 찍먹을 해봤다가, 결국 두 달 내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몰입해서 했던 게임은 처음인지라,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스냅샷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 첨부한 스냅샷은 제가 처음 원신을 접했을 때의 장면들입니다. 지금은 이나즈마와 층암거연을 포함한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모험 레벨도 53에 이르어서, 지금 제 계정은 이 장면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원신에는 총 7개의 지역 중 몬드, 리월, 이나즈마라는 3개 지역에 대해서만 구현되어 있고, 스토리도 3개 지역에 대해서만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양이 매우 방대해서, 짬을 내서 게임을 하는 분들이라면 메인 스토리를 단기간에 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두 달이 걸려서 다 봤고요.

몬드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할 쯤에는, 월드 디자인은 듣던대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슷한 것 같은데 스토리가 정말 끝내준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몬드 스토리 후반으로 갈 수록 강한 캐릭터가 절실해져서 뽑기를 했는데, 그 중에 행추라는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몬드 때부터 열심히 굴리고 있는 행추. 지금은 신캐릭터 야란의 등장으로 인해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행추는 5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절대 꿀리지 않는다.

그래서 행추가 활동하는 주무대인 리월도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행추 전용 스토리도 과연 어떨지 궁금했고요. 몬드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같은 대륙에 있는 리월에 갈 수는 있는 것 같아서 다이렉트로 한번 가봤습니다.

리월항을 처음 본 순간. 여태까지 해봤던 오픈월드 게임에서 이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도시는 없었다.

리월 스토리를 너무 보고 싶어서 몬드 스토리는 허겁지겁 끝낸 것 같습니다. 물론 몬드도 꽤 재미있었지만, 얼마 전에 원신 웹툰도 함께 봤으면 더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랬으면 몬드에 대해 조금 더 이해를 한 상태에서 몰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행추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서 리월로 들어왔지만, 그에 이어지는 리월의 거대한 서사시를 보면서 가슴이 웅장해지고 (?)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리월 메인 스토리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스냅샷을 찍는것 조차 까먹었지만, 바위 신의 정체를 알았을 때, 군옥각을 부술 때, 신학이 결국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될 때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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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4 리마스터 – 티알 플레이 (2)

이번 리뷰에는 저희 감상평을 여과없이 쓸 예정이므로,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항해시대4에서 티알로 다시 플레이해보면서,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몇 명 있었습니다.

먼저 사무엘 칸입니다. 유목민 출신으로, 요리 솜씨가 매우 뛰어난 이 친구.

티알의 진정한 조력자입니다. 물론, 다른 조력자가 한명 더 있기는 합니다만… 진정한 마음으로 티알을 대해주는 사무엘 칸은 엔딩을 보는 그 날까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옆에서 드라마 다 본 료케 아저씨.

그 다음으로는 클리퍼드입니다. 클리퍼드는 티알과 마리아 스토리에서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요. 특히 티알 스토리에서는, 해양 후발주자 영국의 검은 속내를 상징하는 인물이 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별다른 힘이 없는 영국인지라, 이 스토리에서 클리퍼드는 그저 공주님 바라기 (…) 만으로만 나옵니다. 이 이벤트도 참 재미있습니다.

꺼져 스페인 놈들아! THIS IS NETHERLANDS!!!

그리고 릴 알고트. 암스테르담에서 모직물을 들고 광정에 가면 나오는 이벤트에서 등장합니다. 사이다 같은 릴 알고트의 입담을 보며, 네덜란드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에 가면 우리의 유문 제독이 나오지요. 조선수군을 통솔하는 입장이니, 수군’절도사’가 아니라 ‘삼도수군통제사’쯤 되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도사는 특정 지역의 수영을 담당하는 관직이라네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방해가 되는 세력은 모두 해산시켰지만, 조선수군만큼은 멀쩡히 남겨두었습니다. 양심이 찔리니까요.

조선 이벤트의 경우에는 ‘절도사’라는 호칭 외에도 불편한 점이 다수 있습니다.

  1. 한성판윤의 복장이 왜 중국식 복장인가?
    조선의 그 예쁜 관복들은 어디에 두고 중국식 복장인가 싶습니다. 원의 속국이었던 고려도 아니고, 조선의 한성판윤이 저런 복장이라니요. 이 부분은 리마스터판에서 고쳐지길 바랐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2. 뇌물로 만사가 이루어지는 조정?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입니다. 그만한 성리학적 근거, 명분이 없으면 제 아무리 뇌물을 줘봤자 통하지 않지요. 중앙 관료에게 뇌물 몇푼 찌르는 것보다, 상소 폭격을 날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요. 어설프게 뇌물을 찔렀다간 의금부 직행입니다. 이건 정말 조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불편한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대항해시대4의 으뜸가는 운동권, 료케 시사.

티알의 조력자이긴 하지만, 왠지 자신의 야심을 위해 티알을 이용한다고 보기에 충분합니다. 티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항상 불편했던 인물이죠.

자기의 본국이 멸망당한 입장인지라, 스페인에 대해 눈알이 뒤집히도록 달려드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자신의 신념에 지나치게 함몰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까지 의견이 대립하는 티알과 료케.
  • 티알: 어차피 백인이나 인디오나 서로 섞여버렸는데, 이대로 잘 지내자.
  • 료케: 뭔 소리냐? 우리 민족의 나라를 그렇게 꿈꿔왔는데?

결국 엔딩 씬까지 티알과 료케는 인디오의 나라에 대한 관점에서 대립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료케의 생각이 조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백인-인디오의 혼혈이 많아진 상황에서, 과연 민족주의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그 상황에 맞게 이념도 발전시키는게 맞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료케 시사는 제작진이 일부러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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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4 리마스터- 티알 플레이 (1)

이번 달에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판이 스팀과 스위치로 출시되었습니다. 무려 20년 전 작품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명작 게임 중 하나입니다. 적당한 난이도와 예쁜 일러스트, 그리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러스트와 월드맵의 해상도가 더 커졌고, 몇몇 파고들기 요소 시스템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황금항로, 고대의 지도 등)

대항해시대4에는 총 7개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티알과 라파엘입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스토리도 제 취향이고,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거든요. ㅎㅎ

제가 얼마 전에 대항해시대4 2001년판으로 라파엘을 클리어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위치판에서 티알로 플레이했습니다.

이번 리뷰에는 저희 감상평을 여과없이 쓸 예정이므로,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에스칸테 바라기 후안. 그의 슬픈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 채…

티알의 첫 시작은 정말 혹독합니다.

에스칸테군의 엘리트로 꼽히는 티알은 단돈 50000닢과 조각배 하나를 들고, 무려 ‘말도나도’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말도나도는 이 때 쿠바와 자메이카를 장악한 강력한 해적 집단입니다.

네,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포르토벨로를 근거지에 두고, 천천히 아메리카의 상권을 장악해나가야 합니다.

기존 2001년판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필드

리메이크판이 2001년판에 비해 더 좋아진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업그레이드된 텍스처와 일러스트
  2. (스위치판의 경우) 게임패드를 최대한 활용한 버튼 배치
  3. 파고들기 요소 (특히 황금항로)

바닷물, 풀밭의 색깔이 매우 맑아졌고, 일러스트의 해상도도 요즘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물론,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리마스터”입니다. 리메이크였으면 정말 좋았겠지요. 일러스트를 중간중간에 더 늘려준다던지 등등…

버튼 배치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와 같이 탐색 버튼을 따로 넣어준다던가, 교역소에서 일괄 매각 버튼, 총독부에서 일괄 투자 버튼을 넣어준다던가. 물론 구조적으로 UI를 손을 더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황금항로라는 신규 파고들기 요소도 재미있었습니다. 숨겨진 알짜 교역로를 발견함으로써, 갤리온과 전열함으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주었지요.

그 외에 고대의 지도라는 파고들기 요소도 있는데, 이건 귀찮을 것 같아서 아예 안 했습니다.

인생은 한방. 비트코인 떡상 안 부럽다. 황금 항로 + 타 문화권 + 유행 콤보의 위력.

포르토벨로에 상업투자를 꾸준히 하면 “구아노”라는 특산물이 나오는데요. 이걸 건너편에있는 자메이카에만 팔아도 이렇게 큰 돈이 됩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도 보시다시피, 타 문화권이고 유행까지 겹치게 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게 되죠. 저는 이 황금항로 덕분에, 초반에 빠른 갤리온-전열함 테크트리를 타게 되었습니다. 돈이 정말 금방 벌립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유독 유행이 잘 터지는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카리브 해 상권 장악.

예전에 대항해시대4를 하던 짬밥이 있어서인지, 카리브 해 상권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그 후, 아프리카와 북해를 장악하고 다시 카리브 해로 돌아옵니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나중에 공략을 보고 알았는데, 티알 스토리에서는 발트해에 있는 톨빈을 산하 함대로 만들 수 있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갤리온을 다섯 번이나 격침당하며, 어렵게 톨빈을 해산시킵니다.

네, 북해에서 슈파이어와 톨빈은 해산시켜야 제맛이죠. 그런데 제가 톨빈을 급하게 해산시켜서인지 아메리카에서 해적으로 나오네요. 사뿐하게 밟아줍니다.

내가 그 듣보잡 티알이다 어쩔래

성공해서 다시 카리브 해로 돌아오니, 말도나도가 우리 쿤티와이러스를 의식하기 시작하는군요.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참습니다. 어차피 말도나도를 해산시키면 아메리카의 모든 점유율을 에스칸테에게 뺏긴다는 걸, 대항해시대4 고인물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대항해시대4 리마스터판이 크게 좋아진 건 없지만, 그래도 스위치로 누워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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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gen Not Included

최근 한달 동안 가장 열심히 했던 게임은 Oxygen Not Included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Spaced Out DLC까지 나오면서 두 개의 행성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전반적인 난이도도 많이 올라갔지요. DLC의 내용이 궁금해서 한번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372주기까지 진행한 상태입니다. 기지를 잘못 설계한 탓에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여, 게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번째 행성 모습입니다. 복제체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편안한 침대”까지 업그레이드해주었고, 특수복이나 살균실 같은 고-급 시설들도 마련하였습니다.
두 행성을 모두 개발한 후, 두번째 행성에서는 석유를 퍼오고, 그 석유를 첫번째 행성에서 플라스틱으로 가공하도록 하였습니다. 일명 플라스틱 공장입니다. 폴리머 프레스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을 컨베이어에 실어서 기지의 저장소에 보관하도록 합니다.
게임 목표 중 “아늑한 집” 같은 경우에는, 복제체의 사기를 조금만 더 신경쓰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군데군데 터져나오는 문제들로 인해 포기했습니다.
372주기에 게임을 그만하게 된 이유입니다. 게임 후반부에는 깨끗한 물이 극히 모자라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식혀주는 “액체 냉각 시설”이 필요한데요. 열액체조화기와 증기 발전기, 온도 조절기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복잡한 시설입니다. 특히 증기 발전기 쪽의 온도 조절에 실패해서 주변에 증기로 가득차버렸습니다.

300주기 넘게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이 게임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온도인 것 같습니다. 기지를 설계할 때부터 온도 별로 구획을 나누어, 각 구획에 알맞은 시설을 배치하는 것이 큰 관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Oxygen Not Included는 문명 같은 게임에 비해서 엔딩까지 너무 많은 플레이 타임을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번 더 플레이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망설여지는군요.